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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번이 꼬인다는 말. 장교에게도 적용될 까

by 이기는 전략 2020. 12. 22.

군번이 꼬였다

흔히 입대를 했을 때 앞으로 펼쳐질 군 생활이 어두컴컴하게 느껴진다면 이를 두고 '군번이 꼬였다'라고 표현합니다. 일병에서 상병으로 진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위에 선임들이 많이 있고 어쩌다 보니 후임들도 거의 들어오지 않는 상황. 보통 계급으로 인한 상황이 바탕이 됩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사병에게만 일어나는 걸까요? 경우는 다르지만 장교로 근무해도 군번이 꼬일 수가 있습니다. 

장교들의 자대 배치

GOP

 

보통 임관 후 병과학교를 수료하면 약 6명 정도의 신임 소위가 자대 배치를 받게 됩니다. 제가 근무할 당시 보병대대 기준으로 ROTC(학군장교)는 4명이었고, 3사관 학교가 1명, 그리고 육사가 1명 이렇게 배치를 받았죠. 운이 좋으면 한 중대에 2명이 같이 들어갈 수 있지만 저 같은 경우는 혼자서 가게 되었습니다. 위로는 학군 선배 1명, 학사 선배 1명 이렇게 있었죠. 학군 같은 경우는 1년 단위로 보통 전역을 하고, 학사 같은 경우는 학군보다 늦게 임관했으면 1년 6개월 정도 뒤에 전역합니다. 

 

자 여기서 뭐가 꼬였냐면 순리대로라면 1년 뒤에 학사장교 선배를 제외하고는 제가 중간 그리고 제 밑에 후임이 들어와야 됩니다. 물론 여기까지는 괜찮았습니다. 문제는 바로 GOP를 가게 되었다는 점!! 간부 중 막내일 때는 일반 부대에서 근무했는데 중위로 진급하자마자 후임들이 2명이나 들어왔는데도 불구하고 각자 독립생활을 하는 GOP 근무를 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저는 화기중대였다 보니 중대장님이랑 같이 생활하게 되었죠. 나중에 학사 선배가 전역 한 후에 중대 최고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중대장님이랑 같이 중대본부에 있다 보니 결국엔 또 막내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GOP 근무가 끝난 뒤 다시 일반 부대로 내려왔지만 그때는 전역하기 한 달 전이었죠. GOP에 있을 당시 이런저런 사건들이 있어서 못 쓴 휴가까지 합하면 사실상 마지막 전역 한 달 전은 그냥 거의 휴가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정리하자면 같이 생활할 땐 막내였고, 선임이 되니 독립된 생활을 했지만 중대장이랑 같이 먹고 자고 했기에 아무 의미가 없었습니다. 이쯤 되면 간부 중에 제대로 꼬인 군생활일 겁니다.

 

전역장교 취업

보통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중위들은 부대 차원에서 취업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줍니다. 즉 전역장교 채용박람회 참석 및 입사시험과 면접에 있어서 혜택을 주는 것이죠. 보통 전역장교 취업전형은 전역하기 전 4월 정도에 시작됩니다. 즉 원서접수를 하고 서류에 합격했다면 인적성검사와 면접을 보러 가야 합니다. 하지만 휴가를 내지 않으면 부대 인근을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죠. (일명 위수지역).

 

대다수의 지휘관들이 막판에 취업 때매 군생활을 다소 열심히 하지 않는 학군장교들을 못마땅해 하지만, 대학을 졸업 하고 왔기 때문에 전역을 하면 그대로 백수 혹은 그때부터 취준생이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사실 전역장교 취업전형은 장교들끼리 경쟁이기 때문에 이 때 취업을 하지 않으면 매우 힘들어 지게 되죠. 

 

보통 일반 부대에서 근무하는 장교들 같은 경우, 특히 면접 같은 경우에는 휴가를 쓰지 않아도 배려 차원에서 보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면접은 대부분 평일에 진행되니까요. 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GOP에 있었기 때문에 면접 바로 전날까지도 자정 넘어서 퇴근했으며 당일 부랴부랴 휴가 내서 면접을 봤었습니다.

 

보통 말년 중위들은 여유가 있기 때문에 퇴근 후에 취업 준비를 할 시간이 많은데, 퇴근이란 게 없는 GOP에 근무하다 보니 이놈의 경계작전 때매 공부할 시간도, 면접을 준비할 시간도 없었죠. 결국 첫 면접에서 보기 좋게 탈락하고 맙니다. 그 이후 회사에 취업은 했지만 역시 전역하고 일반 전형으로 시험을 보게 되니 취업만 준비한 대학 졸업생들과의 경쟁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이상 제 군 생활 중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부분의 이야기를 풀어봤습니다. 저보다 더 힘든 환경에서 근무한 분들도 있었겠지만 당시에는 같은 비교선상에서 생각하니 많이 억울해 했던 것 같네요.